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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 컨슈머

AI 시대,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2025년 최신 동향]

by 식객님 2025. 4. 16.

출처: unsplash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부터 초순수·액체냉각까지, 한국 기업의 글로벌 기회

 

최근 글로벌 IT 산업계는 'AI'와 '데이터센터'라는 키워드로 뜨겁습니다. 특히 생성형 AI와 클라우드 컴퓨팅의 폭발적 성장으로 데이터센터 수요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뜨거움은 비유적인 표현만은 아닙니다. 고성능 AI 연산이 쏟아지는 데이터센터 내부는 실제로도 매우 '뜨겁기' 때문이죠. NVIDIA H100 GPU 한 개당 700W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며, 이 에너지의 대부분은 열로 변환됩니다.

그리고 지금, 이 열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가 전 세계 인프라 업계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의 약 40%가 냉각 시스템에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냉각 기술의 혁신은 곧 경쟁력과 직결됩니다.

지난 4월 9~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대한민국 기계설비전시회(HVAC KOREA 2025)'에서도 놀라울 만큼 많은 기업들이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을 핵심 테마로 내세우고 있었는데요. 국내외 주요 기업들이 선보인 최신 기술들을 통해 그 배경을 짚어보면, 하나의 글로벌 흐름이 보입니다.

 

사우디 네옴 프로젝트와 데이터센터 냉각의 도전과제

2024년 2월, 사우디아라비아는 미래형 신도시 '네옴(NEOM)'의 부유식 산업단지 '옥사곤(OXAGON)'에 50억 달러(약 7조 4000억 원) 규모의 탄소중립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한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는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로,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공급업체들의 중동 시장 진출 거점이 될 전망입니다.

이 거대 프로젝트는 글로벌 기술 기업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고, 최근 들어 다시 한 번 냉각 기술 수요라는 관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왜 냉각 기술이 특별히 중요할까요?

사우디아라비아는 연중 대부분이 40도를 넘나드는 고온의 사막기후이며, 극심한 물 부족이라는 환경적 한계를 갖고 있습니다. 기존의 공기 냉각 방식은 이러한 환경에서 에너지 효율성이 크게 떨어지며, 물을 사용하는 냉각탑 방식은 물 부족 문제로 지속가능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조건 속에서 수천 개의 GPU와 CPU가 동시에 작동하는 AI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려면 고도로 정밀하고 효율적인 냉각 시스템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한국의 냉각 기술이 빛을 발할 수 있습니다.

 

데이터센터의 숨은 열쇠, '초순수' 기술의 중요성

냉각 기술에서 자주 언급되지 않지만, 실제로는 데이터센터 운영에 매우 중요한 키워드가 있습니다. 바로 초순수(Ultra-Pure Water, UPW)입니다.

초순수란 무엇인가?

초순수는 일반 물에서 무기질, 미립자, 박테리아, 미생물, 용존 가스 등을 모두 제거한 고순도로 정제된 물입니다. 이온 성분이 제거되었다는 의미에서 탈이온수(De-ionized Water, DIW)라고도 불립니다. 특히 18.2MΩ·cm 이상의 높은 전기저항값을 가질 정도로 불순물이 제거된 이 물은 데이터센터의 칩 냉각수로 사용되거나, 공정 내 열 제어를 위한 다양한 방식에 활용됩니다.

반도체 산업에서 입증된 초순수 기술은 이제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에서도 핵심 요소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나노미터 단위의 초미세 공정을 다루는 반도체 제조에서 작은 불순물도 허용하지 않듯이, 고성능 칩이 집적된 데이터센터 역시 냉각 과정에서 동일한 수준의 순도를 요구합니다.

출처: 삼성반도체 뉴스룸

초순수의 핵심 장점

  1. 뛰어난 열전도율: 열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고 방출
  2. 전기적 안전성: 전기 전도도가 낮아 전자 장비에 안전
  3. 부식 방지: 냉각 시스템과 서버 내부 금속 부품의 수명 연장
  4. 미세 입자 제거: 냉각 시스템 막힘 현상 방지

특히 직접 액체 냉각(Direct Liquid Cooling, DLC) 방식에서는 고품질 초순수가 필수적입니다. 불순물이 있는 물은 고가의 전자 장비에 부식이나 전기적 손상을 일으킬 수 있어, 초순수의 품질 관리는 데이터센터의 안정성과 직결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2023년 기준 123메가와트 규모의 데이터센터 용량을 보유 중이며, 향후 467메가와트를 추가 확보할 예정입니다. 이는 연간 약 36만 톤 이상의 초순수 수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AI 데이터센터의 증가와 더불어 초순수 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 분야에서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 초순수 기술, 중동 시장에 최적화된 경쟁력

이런 흐름 속에서 특별히 주목받는 나라가 있습니다. 바로 대한민국입니다.

 

한국 초순수 기술의 경쟁력

한국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과 LG디스플레이 같은 디스플레이 기업의 성장과 함께 초순수 기술을 발전시켜왔습니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불순물은 미세 회로의 불량을 유발하기 때문에, 각 공정 사이에 정제된 초순수로 웨이퍼를 세정하는 작업이 필수적이었습니다.

이러한 반도체 산업의 경험을 통해 한국 기업들은 정밀 초순수 정제 기술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환경부와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주도한 국산화 사업을 통해 설계부터 운영까지 100% 자체 기술을 확보했으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큰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동 환경에 특화된 기술

한국의 초순수 기술이 중동 시장에 특별히 적합한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고온 환경 최적화: 온도 변화에 안정적인 운영 시스템
  2. 물 재활용 기술: 사우디의 물 부족 문제 해결에 기여
  3. 에너지 효율성: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와 연계 가능한 설계
  4. 모듈화된 시스템: 빠른 설치와 확장성 제공

반도체 산업에서 입증된 초순수 설비 기술은 데이터센터 냉각 시스템에도 완벽하게 적용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웨이퍼 세정에 사용되던 초순수가 이제는 데이터센터의 고성능 서버를 냉각하는 핵심 요소로 발전한 것입니다.

하루 1,200톤 생산이 가능한 실증플랜트도 이미 가동 중이며, 이는 중동 지역처럼 물이 귀하고, 기온이 높은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고품질 초순수를 공급할 수 있는 드문 사례로 평가받습니다.

출처: unsplash

 

글로벌 시장 전망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Markets and Markets)의 보고서에 따르면, 초순수 시장은 2028년까지 전 세계 35조50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입니다. 특히 데이터센터 신흥국가인 중동이 핵심 수요지로 떠오르고 있으며, 연평균 성장률(CAGR)은 9.8%에 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시장 환경은 한국 기업들에게 글로벌 진출의 황금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LG전자, 액체냉각 기술로 글로벌 시장 선점 전략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의 또 다른 핵심 축은 바로 '액체냉각(Liquid Cooling)' 기술입니다. 이 부문에서 LG전자는 전 세계 시장을 선도하기 위한 매우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요.

출처: LG전자 뉴스룸

 

LG는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데이터센터월드(DCW) 2025'에 참가해 CDU(Coolant Distribution Unit), 무급유 인버터 터보칠러, 팬 월 유닛(FWU) 등 첨단 냉각 솔루션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CDU는 GPU와 CPU에 직접 냉각판을 부착하고 냉각수를 순환시켜 기존 공랭보다 훨씬 에너지 효율이 높고, 설치 공간도 적게 드는 방식입니다.

고장 시 센서 데이터를 보완하는 가상센서 기술, 상황에 따라 냉각수를 조절하는 인버터 펌프 등, LG의 핵심 코어 기술이 집약되어 있죠.

또한 LG는 액체냉각과 공랭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냉각 시스템, AI 기반 건물 제어 플랫폼인 ‘비컨(BECON)’, 전용 테스트베드 설비까지 구축하며 AI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의 글로벌 표준이 되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라우드 서비스 제공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시장 확대를 추진하고 있어 향후 성장 가능성이 매우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마치며! 데이터센터 냉각 기술의 미래와 한국 기업의 기회

이제는 단순히 '많은 서버를 가진 데이터센터'가 중요한 시대가 아닙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안정적으로 열을 관리할 수 있느냐가 곧 그 데이터센터의 경쟁력이자 지속 가능성입니다.

한국의 초순수 기술과 LG전자의 액체냉각 기술은 사우디 네옴과 같은 프로젝트에서 중요한 퍼즐 조각이 될 수 있으며, 이는 한국이 글로벌 인프라 시장에서 기술 기반 파트너로 도약할 기회입니다.

냉각 기술.
지금, 우리가 진짜 주목해야 할 키워드입니다.